서론: “왜 저 사람은 꼭 저런 글을 올릴까”에서 시작되는 궁금증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대화가 잘 흘러가다가도 어느 순간 분위기가 툭 끊길 때가 있다. 누군가가 혐오를 건드리는 표현을 던지고,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댓글이 폭발한다. 처음엔 “실수로 그런 말 했나?” 싶다가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 의도가 느껴진다. 그래서 검색창에 ‘관심종자 어그로 심리’ 같은 말을 넣게 된다.
이런 유형의 이용자는 보통 정보나 토론을 위해 나타난다기보다, 반응 자체를 얻기 위해 움직인다. 특히 혐오나 갈등은 커뮤니티에서 가장 빠르게 번지는 소재라서, 트래픽을 모으는 도구로 쓰이기 쉽다. 누군가는 그걸 재미로 하고, 누군가는 영향력처럼 느끼며, 또 누군가는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중요한 건 결과적으로 커뮤니티의 대화 구조가 그 사람의 전략에 맞게 끌려간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왜 혐오를 조장하는 어그로가 트래픽을 얻는지”를 한 번에 단정하기보다, 이용자가 실제로 겪었을 법한 흐름을 따라가며 정리해 보려 한다. 어떤 심리가 작동하는지, 왜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커뮤니티 구조가 어떤 식으로 보상을 주는지까지 이어서 살펴보면 이해가 조금 쉬워진다. 그리고 그 이해가 있어야,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서 덜 휘둘릴 여지가 생긴다.

본론 1: 혐오를 ‘미끼’로 쓰는 관심종자의 기본 구조
1) 트래픽은 ‘동의’보다 ‘분노’에서 더 빨리 나온다
사람이 글을 클릭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감정이 크게 흔들릴수록 행동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기분 좋은 공감 글은 나중에 읽어도 된다고 느끼는 반면, 불쾌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글은 “지금 바로 봐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혐오 표현은 그 즉시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관심종자는 동의받기보다, 화나게 만드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핵심은 “반응의 속도”다. 커뮤니티에서 글이 뜨는 순간 조회수와 댓글 수가 붙어야 노출이 늘고, 노출이 늘어야 더 많은 반응이 붙는다. 혐오는 그 선순환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소재다. 내용이 빈약해도 자극만 강하면 일단 사람들이 모인다.
2) ‘논쟁’처럼 보이게 만들면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다
단순한 욕설이나 비하만 던지면 신고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숙련된 어그로는 혐오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질문”이나 “토론”의 형태로 포장한다. 예를 들면 특정 집단을 일반화해 놓고 “팩트 아니냐”라고 던지는 식이다. 겉으로는 의견 교환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적은 반박을 끌어내는 데 있다.
사람들은 불공정하거나 위험한 주장에 대해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 순간부터 글쓴이는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반박이 달릴수록 글쓴이는 존재감을 얻고, 커뮤니티는 그 글을 ‘핫한 이슈’로 인식한다. 논쟁이 길어지면 트래픽은 더 쌓인다.
3) 혐오는 ‘단순한 세계관’을 제공해 주기 쉽다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설명하면 사람들은 피곤해한다. 반대로 혐오는 대개 “원인이 저 집단 때문이다”처럼 단순한 결론을 제시한다. 관심종자는 이 단순함을 이용해 빠르게 편을 가른다. 편이 갈리면 댓글이 늘고, 서로를 설득하려는 말이 이어지면서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글쓴이가 논리적으로 이기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해결되지 않는 싸움”이 더 오래 간다. 계속 반응이 붙으니 글쓴이는 목적을 달성한다.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소모전이 된다.
4) 애매한 선을 타는 이유: 제재를 피하면서도 자극은 유지하려고
대놓고 혐오를 하면 운영자나 신고 시스템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래서 관심종자는 표현을 교묘하게 바꾼다. 특정 단어를 직접 쓰지 않고 은어로 돌리거나, 통계나 사례를 가져온 것처럼 꾸며서 “난 그냥 자료를 공유했을 뿐”이라는 방어막을 만든다. 사람들은 그 태도에 더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런 애매함은 커뮤니티 신뢰에도 영향을 준다. 누군가는 “저건 혐오다”라고 느끼고,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다”라고 느끼면서 운영 기준을 둘러싼 싸움이 붙는다. 결과적으로 어그로 글 하나가 커뮤니티 규범 자체를 흔드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 흔들림이 또 트래픽이 된다.

본론 2: 관심종자가 혐오로 트래픽을 모으는 심리적 동력
1) ‘관심’이 곧 존재 확인이 되는 사람들
관심종자라는 말이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핵심은 인정 욕구가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점이며 이 흐름은 자유게시판의 고정닉들이 정보 공유를 가장하여 시도하는 은밀한 총판 영업과도 맞닿아 있다. 현실에서 인정받는 경험이 적거나 관계가 불안정하고 성취감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은 온라인 반응을 일종의 존재 확인처럼 느끼기 쉽고, 댓글 알림이나 답글, 인용처럼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피드백은 자극 강도가 높다. 그 자극을 반복해서 추구하다 보면 점점 더 강한 소재와 과장된 서사를 선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보 제공과 노출 욕구의 경계가 흐려진다.
혐오는 그중에서도 반응을 보장해 주는 카드에 가깝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면, 최소한 “그건 아니다”라는 반응이라도 나온다. 무반응이 가장 두려운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관심도 일종의 성공이 된다. 그래서 본인이 미움받는다는 사실조차 ‘성과’처럼 소비하는 경우가 생긴다.
2) 통제감과 우월감: “내가 버튼을 누르면 사람들이 움직인다”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경험은 묘한 통제감을 준다. 글 하나로 수십, 수백 명이 싸우고, 규칙 이야기가 나오고, 운영진이 등장하면 “내가 판을 흔들었다”는 감각이 생긴다. 현실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 통제감은 더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혐오를 ‘도화선’으로 쓰는 방식이 반복된다.
우월감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특정 집단을 아래로 두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위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논리나 정보가 아니라 감정의 높낮이로 서열을 만들기 쉬워지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타인을 대상화할수록 강화되며, 온라인에서는 그 비용이 낮아 보이기 때문에 더 쉽게 발동한다.
3) 지루함과 자극 추구: 점점 더 강한 소재로 가는 경로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번 반응을 크게 얻으면, 같은 수위로는 만족이 줄어든다. 그 다음엔 더 자극적인 표현, 더 날카로운 타겟, 더 큰 갈등을 찾게 된다. 일종의 내성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글의 톤이 과격해지고, 커뮤니티가 피로해진다.
이때 본인은 “커뮤니티가 예민하다”거나 “다들 유머를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극으로 얻는 보상이 기준이 되어 버린 상태다. 반응이 약하면 실패처럼 느껴지고, 반응이 강하면 성공처럼 느껴진다. 그 단순한 평가 체계가 행동을 고정시킨다.
4) 책임 회피의 심리: 익명성이 주는 거리감
오프라인에서 누군가를 혐오 발언으로 자극하면 관계가 즉시 깨질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닉네임을 바꾸거나 계정을 새로 만들 수 있고, 상대의 표정이나 상처를 직접 보지 않는다, 이 거리감이 책임감을 희석시킨다. “그냥 인터넷인데”라는 말이 여기서 자주 나온다.
거리감이 커질수록 타인을 ‘사람’이 아니라 ‘반응하는 객체’로 보기 쉬워진다. 그러면 상대가 상처받는지, 커뮤니티가 망가지는지보다, 내 알림이 얼마나 울리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혐오는 손쉬운 도구가 된다. 부담이 적고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본론 3: 커뮤니티 구조가 어그로를 키우는 방식과,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유
1) 노출 알고리즘과 추천 구조가 ‘시끄러운 글’을 밀어 올린다
많은 커뮤니티는 조회수, 댓글 수, 추천 수 같은 지표로 글을 정렬한다. 운영 의도와 무관하게, 이 구조는 “갈등을 만드는 글”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사람들이 싸우면 댓글이 늘고, 댓글이 늘면 상단 노출이 된다. 상단 노출은 더 많은 유입을 부르고, 다시 댓글이 늘어난다.
이 흐름은 포인트나 등급 같은 보상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더 강화되기도 한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돈과 직접 연결되는 개념이라기보다, 활동의 흔적이 쌓이는 지표에 가깝다. 문제는 관심종자가 그 지표를 ‘반응의 증거’로 받아들이며,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활동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나쁘다기보다, 악용이 쉽다는 쪽에 가깝다.
2) “가만히 있으면 지는 것 같다”는 감정이 댓글을 만든다
사람들이 어그로에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화가 나서만은 아니다. 누군가 혐오를 던졌을 때, 아무도 반박하지 않으면 그 말이 커뮤니티의 분위기처럼 굳어질까 봐 불안해한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이 타겟이 되었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 더 민감해진다. 그래서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댓글을 단다.
이런 반응은 공동체를 지키려는 본능과 닿아 있다. 다만 그 본능이 곧바로 어그로의 연료가 되기도 한다. 반박이 길어질수록 글쓴이는 목적을 달성하고, 반박자는 소진된다.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이 지점에서 “먹이 주지 말자” 같은 말이 나온다.
3) 신뢰 형성의 방식이 흔들릴 때 갈등은 더 커진다
커뮤니티는 결국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는 감각 위에서 굴러간다. 그런데 혐오 어그로는 그 신뢰를 교묘하게 건드린다. 일부만 맞는 정보, 편집된 캡처, 맥락 없는 통계를 던져 놓고 사람들이 반박하게 만든다. 반박 과정에서 또 다른 정보가 쏟아지면서, 이용자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피로해진다.
신뢰가 약해지면 사람들은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 “쟤는 원래 저런 애야” 같은 낙인이 늘고,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커진다. 그러면 정상적인 정보 공유나 가벼운 대화도 경직된다. 어그로는 그 틈을 다시 파고든다.
4) 결국 커뮤니티가 지치는 지점: 대화의 목적이 바뀌어 버린다
처음에는 “잘못된 말을 바로잡자”로 시작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상대가 사과하게 만들자” 혹은 “상대를 망신 주자”로 목적이 바뀌기도 한다. 그 순간부터는 누구도 이득을 얻기 어렵다. 논점은 흐려지고, 감정만 남는다.
관심종자는 그 변화에 능숙하다. 대화가 생산적일수록 자신이 불리해지니, 논점을 흐리고 상대를 자극해 감정 싸움으로 끌고 간다. 사람들이 그 흐름에 올라타면, 트래픽은 늘지만 커뮤니티의 체감 품질은 떨어진다. 이용자들이 “요즘 여기 왜 이래”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지점이 보통 여기다.
결론: 심리를 이해하면, 다음번에는 덜 끌려갈 수 있다
혐오를 조장해 트래픽을 모으는 관심종자의 심리는 대체로 단순한 공식으로 요약된다. 강한 자극을 던지고, 빠른 반응을 얻고, 그 반응을 존재감이나 통제감으로 바꾸는 흐름이다. 여기에 익명성이 책임을 줄이고, 커뮤니티의 노출 구조가 확산을 돕는다. 결국 개인 심리와 플랫폼 구조가 맞물리면서 일이 커진다.
이걸 알게 되면, 다음에 비슷한 글을 봤을 때 “왜 이런 글이 또 뜨지?”라는 당혹감이 조금 줄어든다. 상대가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 내가 지금 어떤 감정으로 반응하려 하는지 한 번 더 보게 되기 때문이다. 반박이 필요한 상황도 있겠지만, 반박이 곧바로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계산하면 선택지가 달라진다. 커뮤니티는 늘 시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 소음을 키우는 방식은 어느 정도 구분해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혐오가 “의견”의 옷을 입고 들어올 때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감각이다. 운영 규칙, 신고 절차, 이용자들의 자정 문화가 각각 역할을 나눠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번의 대응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지만, 반복되는 패턴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커뮤니티가 소모되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다음에는 그 글을 읽는 순간, 반응보다 구조를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